방사선종양학과는 방사선치료와 방사선수술을 담당한다. 종양학 이외에 생물학과 물리학이 주된 학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문의의 일상과는 차이가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치료를 계획하는 일이 반이 넘는다. 환자가 덜 힘들도록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계획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 방안을 모색한다. 암환자의 방사선 치료에 대해 유성선병원 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이선영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100년 역사 지녔지만 아직까지 방사선치료 두려워해
암 진단을 받은 뒤 방사선치료를 받기 위해 방사선종양학과에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얼굴이 어둡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방사선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이다. 하지만 방사선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진료실을 나갈 땐 밝아진다. 환자와 면담하면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방사선치료가 얼마나 적극적인 치료인지, 얼마나 안전한 치료인지 설명을 듣고 나서 그제야 안도한다.
◆ 방사선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인체에 축적되지 않아
방사선이 체내에 쌓이는 것으로 오인하는 분들이 있다. '방사선치료를 하고 아기를 안아도 될까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방사선은 인체를 투과하면서 에너지를 전달하고, 이 에너지는 암세포의 유전자를 공격해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방사선은 몸 속에 남아있지 않고 사라지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의료진이 거리낌 없이 진료실에 출입하고 환자를 응대할 수 없다.
방사선 안전관리는 중요한 부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 규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중앙 행정기관이 됐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방사선 치료 장비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한다. 여러 측정을 하고 매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감사를 받는다.
◆ 방사선 치료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방사선 치료 원리는 100여 년 전 여러 과학자 및 의학자를 통해 밝혀진 뒤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컴퓨터로 시행하는 방사선치료 역사는 40여 년이며, 최근 10여 년 간의 발전은 가히 놀랍다고 할 수 있다.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 정위적 방사선 수술, 세기조절 방사선치료, 호흡연동 방사선치료, 영상유도 방사선치료 등 첨단 치료가 가능해졌다. 현재 방사선치료는 위암, 간암, 대장암, 자궁암과 난소암, 유방암, 췌담도암, 비뇨기암, 림프종 등 각종 암에 사용되고 있다.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분할치료다. 방사선치료는 3주에서 7주 정도의 기간을 요한다. 수술처럼 한 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을 두고 여러 번 나누어 방사선을 분할해 조사하는 방법이다. 주변에 있는 정상세포들의 피해를 줄이고, 다음 치료까지 정상세포의 회복이 이루어진다.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는 종양 및 주위의 정상 조직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재구성한 뒤 종양의 모양에 따라 여러 방향에서 조사한다. 다양한 방향에서 방사선을 전달하므로 정상 조직을 보호하면서도 종양에 더 많은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다.
정위적 방사선 수술은 1~2개월의 기간이 필요한 보통의 방사선치료와 달리 단기간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조사해 치료를 일찍 끝낸다. 주로 뇌종양 환자에게 시행됐으나 최근에는 폐, 간, 척추 등 다른 부위에 대해서도 시행되고 있다.
세기조절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의 모양과 세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도달 범위를 잘게 나누는 치료법이다. 방사선 양이 부위에 따라 세분화되므로 종양 주변의 정삭 조직엔 방사선을 최소량만 보낼 수 있다. 종양 주변에 방사선에 민감한 조직이 있는 경우 후유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존엔 간암과 폐암처럼 호흡으로 인해 종양이 움직이는 경우, 종양 주변 정상 조직에서의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았다. 호흡연동 방사선치료는 호흡에 따른 종양 위치의 변화를 분석하여 방사선을 보내 주의 정상 조직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영상유도 방사선치료는 환자에 대한 치료계획 수립 당시의 영상과 방사선치료 직전의 영상을 비교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행된다. 주로 종양 주위에 척추신경, 눈 같은 중요한 신체 기관이 있는 경우다.
◆ 암 치료과정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들 … 인생의 목표와 우선순위, 대인관계 변화
환자들에게 암 진단과 치료과정은 매우 힘든 경험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심리적으로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긍정적 변화도 발생한다. 인생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변화되고, 삶에 대한 새로운 계획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며, 대인관계가 깊어진다. 이런 긍정적 변화들은 치료 과정에 큰 힘이 될 수 있고, 의료진도 환자 치유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 암 발병 2년 후부턴 긍정적 변화를 도모하는 사회적 프로그램 필요
일반적으로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1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이후엔 그대로 유지되는 양상을 보인다. 2년여 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병에 대처하는 정서적, 혹은 물리적 자원이 고갈된다. 2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는 암환자의 도전에 기초한 동료지지 프로그램과 자원봉사 참여 프로그램 등 긍정적 변화를 도모하는 사회적인 지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