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는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암 발생의 3분의 1은 예방활동 실천으로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의 암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에 착안해 ‘3-2-1’을 상징하는 3월 21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세계 여성암 발병률 1위가 유방암이었다. 국내에서도 유방암은 갑상선암과 함께 대표적 여성암이다. 국가 건강검진 권고안에서는 40~69세 여성에게 2년에 1번씩 유방촬영술을 통한 유방암 검진을 권하고 있다. 유방암 조기 진단과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고자 함이다. 유방암은 검진을 받았어도 유방의 치밀도가 높으면 발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검진 결과지에서 정상으로 나왔어도 촬영 영상에 대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수다.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유방암 예방을 위한 검진에 대해 대전선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유지만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유방암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 90% 넘어, 최근 15년 새 사망률 약 2배 증가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아왔는데 갑자기 유방암이라뇨?”
한 중년 여성이 유방암 검진 후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했다. 이 여성은 유방촬영술에서 아주 작은 석회들(미세석회)이 한 구역에 모여 있었다. 미세석회가 있는 부위를 초음파로 확인한 후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0기 유방암으로 진단받았다.
한국유방암학회의 2017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 중 0기 또는 1기의 비율은 2015년 60.6%였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진단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방암 검진 활성화가 조기 유방암 발견과 진단 증가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11~2015년 기준 92.3%로 유방암은 생존율이 높은 암에 속한다. 이는 유방암 자체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기도 하지만 유방암 검진의 활성화와 치료 수준의 향상, 양질의 표준화된 치료가 유방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적용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5년 생존율은 0기 98.3%, 1기 96.6%, 2기 91.8%, 3기 75.8%, 4기 43.0%로(2017 유방암백서) 병기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크다. 하지만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0년에 10만 명당 4.8명에서 2015년 9.2명으로 15년 동안 약 2배 증가했다.
◆ 치밀유방 많은 한국 여성, 40세 이후 유방촬영 권고
유방암 발생률에 대한 통계를 보면 한국에선 40~54세인 환자가 가장 많았고 40세 미만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유방암학회에선 40세 이상 여성의 경우 1~2년 간격으로 X-선을 이용한 유방촬영술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디지털 유방촬영술이 도입된 후부턴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에게도 보다 정확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치밀유방은 유방을 구성하는 조직 중 모유를 생산하는 유선조직의 양이 50%를 초과하는 유방으로, 치밀유방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립암센터 조사 결과에선(2015년) 국가 유방암 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여성 중 50.5%가 치밀유방이었다. 40~44세에선 80% 이상이 치밀유방이었으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율이 줄어들었다.
◆ 유방 촬영만으로 암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많아, 전문의와의 상담 필요
유방촬영술 영상에서 유선 조직은 하얗게 나타난다. 그런데 유선조직에 생긴 암이나 혹도 하얗게 보이기에 유선조직의 밀도가 높은 치밀유방인 경우 유방촬영술만으로는 유방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유방 전문의와의 상담으로 검진 결과를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유방촬영술 영상을 함께 살펴보며 유방 전체가 잘 포함되어 촬영이 이뤄졌는지, 다른 의미 있는 소견(비대칭, 미세석회, 혹 등)은 없는지 자세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필요한 경우 유방확대촬영술로 미세석회 병변에 대해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고, 유방초음파검사를 통해 유방 내 미세석회나 동반된 혹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조기에 발견하면 항암치료 피하고 항호르몬 치료 가능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경우에 따라선 힘든 항암치료를 피하고 비교적 수월한 항호르몬(내분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유방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겪게 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생각한다면 조기에 치료받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고 있는 분은 검진 결과지에 정상이라고 판정을 받았더라도 한 번쯤 시간을 내어 유방 전문의와 함께 영상을 보며 검진 결과에 대해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한다.
◆ 예방 위해선 위험인자를 피하는 생활습관 필요
유방암은 발생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있진 않다. 그러나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위험인자들을 피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선 대표적인 유방암 발병 위험인자를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의 장기화, 비만, 운동부족, 음주, 호르몬대체요법 또는 경구피임약, 가족력 혹은 유전자 변이 등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요인을 최대한 없애 유방암 발병 위험을 줄이려면 △체내 지방 수치를 줄이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운동을 꾸준히 지속하고, △금주하거나 하루 알코올 섭취량을 10g 이하로 줄이고(소주 40ml, 맥주 250ml), △몸 속 에스트로겐의 양을 가급적 인위적으로 조절하지 않는 등의 생활습관을 지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