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8일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간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간염 예방과 검사, 치료 등에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간염의 원인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간염 환자들은 처음엔 피로, 열, 식욕부진, 메스꺼움, 소화불량, 구토 등의 증상들만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초기 진단이 쉽지 않다. 그러나 간염이 치료 없이 진행되면 간경변, 간암 등 중증 간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의심 증상을 발견했을 때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간염의 종류, 간염 예방법, 간염 예방을 위한 식습관을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 조남열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A형부터 E형까지,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A, B, C형이 문제
간염은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원인엔 바이러스, 과음, 잘못된 약 복용으로 인한 독성, 지방간, 비만 등 다양한데, 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염증이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A, B, C, D, E형 간염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되는 종류는 A, B, C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A, B, C형 간염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2017년 42만여 명으로, 2013년의 37만여 명에 비해 약 5만 명 증가했다.
◆ 전염력 강한 A형 간염 … 사람들 많이 모이거나 밀집된 공간에서 발병 위험 높아
A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오염된 손, 물, 음식, 소변, 대변 등을 통해 사람의 입을 거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거나 밀집된 단체생활 공간에서 발병 위험이 높고, 전염력이 강해 가족이나 친구 등도 감염될 수 있다. 한 달여의 잠복기 후 피로, 열, 식욕부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5, 6세 이하 어린이들은 감염돼도 가벼운 감기 정도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이 시기에 감염된 사람들은 몸에서 항체가 형성돼 면역력이 생긴다. 실제로 위생 관념이 약했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 이상의 사람들 중에는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를 지닌 이들이 많다. A형 간염은 백신주사로 예방할 수 있고, B형과 C형 간염처럼 만성화되지 않으므로 미리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 A형 간염은 A, B, C형 간염 중 환자 수가 가장 적은 병으로, 심평원에 따르면 2017년에 6500여 명의 환자가 A형 간염으로 진료 받았다. 환자의 대부분은 충분한 영양공급과 휴식 뒤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음주, 심한 운동, 장기간의 신체활동을 삼가야 한다.
◆ B형 간염, 모태 감염 시 만성 진행률 약 90% … 생후 2개월 이내에 백신 맞는 것이 좋아
B형 간염은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되며 간혹 체액이나 분비물 등에 의해서도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A, B, C형 간염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으며, 심평원에 따르면 환자 수는 2017년 기준 약 37만 명이었다. B형 간염이 만성으로 진행될 확률은 10% 이내로 알려져 있지만 모태에서 감염된 경우엔 약 9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어려서 앓을수록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생후 2개월 이내에 B형 간염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산모가 환자라면 출생 직후 접종해야 한다. B형 간염은 대개 가족 내 감염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어 칫솔이나 면도기, 손톱깎기 등은 반드시 따로 관리해야 한다. 젊은 환자들은 피로, 근육통, 간 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있어도 꾸준하게 검진 받으며 건강에 유의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간의 재생력이 떨어져 간경변이나 간암이 나타날 수 있다. B형 간염 환자 역시 A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회복될 수 있다.
◆ 의료기구, 수혈 등으로 전파되는 C형 간염 … 80%는 만성으로 진행돼
C형 간염은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의료 기구의 사용, 수혈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심평원 자료에 의하면 2017년에 5만여 명의 환자가 C형 간염으로 진료 받았다고 한다. 증상은 피로, 식욕 부진, 구역 및 구토, 근육통, 미열, 황달 등이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급성 감염 후 자연 회복이 잘 되지 않아 만성으로 진행될 확률이 약 80%나 되며 30%가량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치료는 주로 주사제와 먹는 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C형 간염 환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 등 검진을 받으며 다른 간 질환이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 간염 예방엔 백신 접종, 절주, 올바른 식습관 필요
A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보통 한 번 접종한 다음 6~12개월 후 추가 접종하면 95%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식사 전, 화장실 이용 후 등엔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하며 날것이나 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B형 간염은 백신을 접종해야 예방할 수 있고, B형 간염이 있는 산모는 출산 전 B형 간염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투여 받아야 신생아가 B형 간염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정기 검진을 통해 가능한 한 일찍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사기는 반드시 1회용만을 사용하는 등 체액을 통해 전파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간염 예방을 위해 음주를 절제하는 것은 기본이며, 과음 후 해장술이나 불필요한 약제의 추가 복용은 간 손상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음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골고루 균형 잡힌 식단, 과식하지 않고 절제하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섬유소가 많은 음식, 채소, 과일, 곡물을 많이 먹고,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줄이며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달고 지방성분이 많은 후식이나 간식은 피하고,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1kg 이상의 급격한 체중감소는 오히려 지방간염을 유발하고 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 정기적 검진 중요 … 술, 비만, 민간요법 주의해야
간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간기능 검사를 포함한 검진을 시행하여 부지불식간에 진행하는 간질환을 조기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누적 음주량이 많거나 비만한 경우, 또한 민간요법을 즐겨하는 경우에는 조기에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대부분의 간질환의 공통된 증상이 피로감, 무기력감이다. 가벼운 증상도 무시하지 말고 병원을 찾고 점검을 받아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