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복 더위에 찜통과 같은 날씨로 전 국민이 밤잠을 설치며 더위와 전쟁 중이다. 더불어 냉방병, 일사병, 열탈진 등의 각종 질병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병원 응급실에서는 뇌졸중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흔히들 뇌졸중을 겨울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올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환자가 많았기에 뇌졸중을 겨울철 질환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고혈압약 성능이 향상되고 약물 순응도(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정도)가 좋아지면서 뇌출혈 환자는 감소한 반면,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환자가 증가하면서 뇌졸중은 연중 언제든지 발생하는 질환이 되었다. 여름철 더 위험한 뇌졸중에 대해 한호성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장 겸 부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여름에 뇌졸중 더 많은 이유는? … 탈진, 부정맥 위험성 증가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타를 바탕으로 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는 12월보다 7, 8월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외국 연구에서도 기온이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더위로 인해 탈진,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의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더우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을 확장하고, 이로 인해 혈압과 혈류 속도가 줄어 혈액 공급이 잘 안 되게 된다. 또한 탈수로 체내 수분량이 줄어들어 피의 점성(끈적끈적한 정도)이 높아지는데, 이때 혈전이 쉽게 발생하면서 뇌혈관이 잘 막힌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도 감소해 저관류성(장기를 통과하는 혈류가 감소하는 현상)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경동맥 등의 뇌혈관 협착이 있는 경우엔 발생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더운 여름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야 한다. 외부 환경 변화 적응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는 한 두 시간 간격으로 물을 꼭 섭취하고, 외부 활동 전후나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엔 곧바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뇌졸중 위험 인자를 갖고 있다면 전문의 진료와 검사를 통해 뇌혈관 협착증 등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경동맥 협착이 있는 경우엔 약물 치료가 권장되고 협착이 심하다면 스텐트 등의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 심방세동 발생하면 심장에 혈액 고여 …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 발생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은 뇌경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1분에 70회 내외)하는 대신 빠르게 떨리거나 수축하는 질병이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이 혈액을 잘 배출하지 못해 심장에 혈액이 고인다. 이것이 엉겨 붙으면 혈전들이 생성되고, 이 혈전들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된다. 이런 이유로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3~4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여름에는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 사망률이 높아진다. 날씨가 더우면 사람의 몸은 혈액 순환을 증가시켜 땀을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심장이 더 빨리 뛰게 돼 혈전들이 더 잘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본인에게 심방세동이 있는지 모르고 산다는 점이다. 심방세동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므로 노인, 평소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거나 이유 없이 불안감이 반복되는 사람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으면 환자의 상태나 기존 병력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고, 뇌경색 예방 약물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요즘에는 약물 이외에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RFCA)가 부정맥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 뇌졸중 의심되면 지체 말고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뇌졸중은 발생 후 후유증을 남기므로 예방이 무척 중요하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골든타임인 4시간 30분이 지나기 전까진 혈전용해제가 투여돼야 한다. 최대한 서둘러 응급실에 가야 하므로, 뇌졸중이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지체 말고 가장 가까운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미국 뇌졸중 학회에서는 "Time is Brain"이라는 슬로건 아래 “FAST"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FAST는 F(face, 얼굴 마비), A(arm, 팔다리 마비), S(speech, 언어장애), T(time, 시간)를 뜻한다. 세 가지 주요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응급실에 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응급구조센터에서 세 가지 증상으로 환자를 분류해 응급실에 이송한 결과 뇌졸중의 양성 예측도(질병이 있다고 판정된 사람들 중 실제 환자의 비율)와 민감도(실제 환자를 질병이 있다고 측정하는 능력)이 20~30% 이상 높았다고 한다.
◆ 응급실에 미리 알리면 치료에 도움 돼 … "FAST" 캠페인 활성화돼야
이런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미국 뇌졸중 학회는 911 등의 응급구조센터가 FAST 같은 뇌졸중 측정 도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를 이송할 시 미리 응급실에 연락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의 한 연구에선 뇌졸중 의심 환자를 이송 중이라고 응급실에 미리 알렸더니 그 환자의 모든 검사와 치료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더 빨리 이뤄졌고 환자의 예후에도 도움을 줬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FAST" 캠페인이 활성화돼 전 국민이 뇌졸중에 관심을 갖고 치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뇌졸중에 대한 예방 대책도 계절 변화에 따른 전략이 있어야 한다. 뇌졸중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