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남자 환자가 신경과 진료실로 찾아왔다. 환자는 수개월 전부터 양쪽 옆머리와 뒷머리에 조이는 듯한 두통이 지속된다고 했다. 두통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항상 머리가 맑지 않고 무겁다고 했다. 또, 두통과 함께 뒷목이 뻐근하며 양쪽 어깨가 무겁고 굳은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같은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두통이 수개월 간 지속되다 보니, 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병원에 찾아왔다고 했다.
환자에게서 얼굴마비, 팔다리의 한쪽 마비, 감각이상, 발음장애, 언어장애 등 뇌신경이상을 의심케 하는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고, 뇌 또는 뇌혈관 이상에 의한 두통을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 그러나 환자의 어깨 근육이 딱딱하게 뭉쳐 있었기에 두통의 원인이 목에 있을 수도 있다는 소견을 받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목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했다.
◆ 일자목 되면 목에 있는 디스크가 받는 압력 늘어나
목뼈 사이에는 디스크라는 구조물이 있어 목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준다. 이 디스크는 초코파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초코에 해당하는 섬유륜이란 딱딱한 껍질이 있고, 껍질 안에는 마시멜로 같은 말랑말랑한 수핵이 들어있다. 우리의 목뼈는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는데, 이를 ‘경추 전만’이라고 한다. 경추 전만이 있기에 머리의 무게가 목뼈의 중심을 지나게 되어 목 디스크로 향하는 압력이 줄어든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환자분의 경우엔 부드럽게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던 경추 전만이 사라지고 목뼈 모양이 세로로 뻣뻣했다. 흔히 말하는 일자목이다. 경추 전만이 사라지면 목에 있는 디스크가 받는 압력이 늘어나면서, 목의 디스크가 눌리게 된다.
◆ 디스크 찢어지면 머리, 어깨, 등에 연관통 … 이로 인해 두통 발생
경추 전만이 사라지는 이유는 자세다. 특히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매우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장시간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로 인해 머리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되고, 이는 곧 일자목을 유발해 목 디스크에 과한 압력을 가한다. 장시간의 컴퓨터 작업 또한 경추 전만의 적이라 할 수 있다. 컴퓨터 작업은 본인도 모르게 모니터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그러다 보면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게 되면서 머리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이는 모니터의 높이가 낮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경우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 위 35세의 두통 환자도 하루 8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한다 하였고, 밤이면 침대에 기대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한다고 했다.
머리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경추 전만이 사라지게 되면 디스크에 전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디스크가 찢어질 수 있다. 초코파이도 위아래에서 강하게 누르면 겉에 있는 초코가 깨지거나 부스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디스크의 섬유륜에는 신경이 분포하고 있어 디스크가 깨지거나 찢어지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한 통증은 목 뒤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어깨,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연관통이라 하는데, 이로 인해 두통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머리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 뒷목 근육들이 머리가 앞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강하게 잡아당겨야 한다. 그래서 일자목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뒷목이 뻣뻣하고 무겁다 표현한다.
◆ 사라진 경추 전만 되찾고 디스크 회복하려면 올바른 자세 필요
사라진 경추 전만과 손상된 디스크의 섬유륜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경추 전만을 없앤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회복되던 디스크는 다시 손상되며 회복과 손상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스마트폰을 볼 땐 스마트폰을 의식적으로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목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40~50분간 집중해서 일을 한 뒤엔 1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가지며 목 신전 운동(목 부위 근육을 충분히 펴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모니터의 높이는 스마트폰처럼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야 목 건강에 좋다.
위의 환자는 진통소염제와 근이완제를 복용하는 한편, 직장에서 모니터 높이를 높이고 틈틈이 목 신전 운동을 하였으며 침대에서 하던 노트북 작업을 중단했더니 2주 만에 두통 정도가 50% 미만으로 감소했다. 처음 내원한 지 2주가 지난 뒤에는 진통소염제 및 근이완제를 처방하지 않았으며, 생활습관 교정과 목 신전 운동 등의 보존적 치료만 이어갔다. 2개월 후부턴 두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 두통 원인 못 밝히고 진통제 의존하면 더 큰 고생 할 수 있어
평소에 두통이 있어도 뇌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어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진통제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환자들이 많다. 그럴 경우 진통제로 인해 약물과용으로 인한 두통이 생겨 더 큰 고생을 할 수 있다. 목에 의한 두통은 진통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신경과를 방문해 목 건강으로 인한 두통이 아닌지 확인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