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반가운 가족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된 가사노동과 장거리 운전 등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져 명절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많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의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속에 숨어 있던 문제가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질환이 대상포진이다. 통증이 극심해 특히 여성 환자분들은 출산만큼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대상포진은 1년 중 날이 더운 7월에서 9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올 여름은 날이 무척 더웠고, 추석 명절도 예년에 비해 빠른 편이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에 대해 알아본다.
◆ 어릴 적 앓았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 잠복해 있다 면역력 약해지면 활성화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어린이에게 흔히 발생하는 수두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바이러스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특이한 성질을 지닌 바이러스다. 어렸을 때 한 번 감염돼 수두를 앓고 나면 이후에도 우리 몸을 떠나지 않고 신경의 뿌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신경절 속으로 이동해 잠복한다. 잠복해 있는 동안엔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되면서 신경을 따라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 몸살과 비슷하다가 몸 한 쪽 편으로만 통증 … 이어서 발진과 수포 발생
발생 초기에는 감기몸살과 비슷하게 근육통, 오한, 발열 같은 전신 증상만이 나타나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후에 신경이 분포하는 영역을 따라 통증이 발생하는데,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몸의 한 쪽 편으로만 띠를 두르듯이 나타난다. 이때의 통증은 신경통(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듯한 통증) 상태로 느껴지는데, 단순히 가려운 정도의 가벼운 증상부터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아프거나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까지 정도가 다양하다.
이어서 통증 부위의 피부 표면에 발진과 수포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대상포진 진단이 가능한 시기다. 하지만 피부에 생긴 병변은 통증이 발생한 지 짧게는 2일에서 길게는 3주 정도가 지난 후에 나타난다. 통증만 있을 때는 대상포진으로 진단하기 어렵고 위치에 따라 편두통이나 허리디스크 같은 질환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몸의 한 쪽으로만 신경통 상태로 통증이 느껴진다면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생기진 않는지 잘 살펴보고, 빠른 시일 내에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발진과 수포,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투약해야 … 통증 일반적으로 1~6개월
대부분의 질환이 그렇듯이 대상포진 역시 발생 초기에 빠르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발생한 지 72시간 이내에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 위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야 질병이 지속되는 기간이 줄어들고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
1주일간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게 되지만, 항바이러스를 투약한다고 모든 증상이 바
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발진과 수포는 시간이 지나면 딱지로 변하는데, 딱지가 떨어지고 피부가 회복되기까지 최소 2주 정도가 소요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심한 통증은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로 줄일 수 있지만 사라지기까지 일반적으로 1달 이상 걸린다. 일부 환자에서는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고령 환자에게 더욱 흔히 발생하며 이로 인해 오랫동안 통증 조절 치료를 해야 할 수 있다.
◆ 전염되진 않지만, 수포 발생 땐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 높아 … 어린이와 접촉 삼가야
대상포진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대상포진이 타인의 대상포진에 의해 발생하진 않는다. 하지만 피부에 수포가 있는 시기의 수포 내 체액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농도가 높아 환자와 접촉할 경우 체액 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모든 사람에게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두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겐 수두를 유발할 수 있어 특히 어린이와는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접촉할 경우 접촉 전후에 손을 잘 씻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 50세 이상은 예방접종 받는 것이 좋아 … 식단, 운동, 충분한 수면으로 면역력 향상시켜야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선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면역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만 50세 이상인 분들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백신 접종으로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위험을 절반 정도 낮출 수 있다. 대상포진이 발생했다고 해도 통증을 반 정도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