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치료를 항암화학요법이라고 한다. 흔히 항암제라고 부르는 물질들이다. 가장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 항암제는 세포독성 항암제로, 빨리 자라는 세포를 죽이는 화학물질들을 이용해 만들었다. 암세포들은 주변의 정상 세포들보다 빨리 자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에는 점막, 머리카락 등 암세포가 아닌 정상 세포지만 빨리 자라는 세포들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세포독성 항암제를 투여하면 우리 몸에서 빨리 자라는 세포들도 같이 손상돼 부작용이 나타난다. 머리카락이 손상되면 탈모가, 장의 점막 세포가 손상되면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구강의 점막 세포가 손상됐을 땐 구내염이 발생할 수 있다.
◆ 세포독성 항암제 이후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 개발돼
세포독성 항암제 이후 정상 세포에는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암세포만을 골라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가 개발됐다. 암세포에서 특징적으로 발현되는 물질에만 결합해 그 암세포를 골라 죽이는 원리여서 표적 치료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만을 골라 공격하므로 정상 세포에 대한 손상이 적어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이 치료제의 표적이 되는 물질을 갖고 있는 암세포가 많지 않으며, 표적이 되는 물질과 결합하지 못한 약물들은 발진, 설사 등의 부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기 시작한 면역 항암제 … 암세포의 특정 행동 억제
면역 항암제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기 시작한 항암제로, 현재 전 세계 각국의 대형 제약회사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신약 개발 분야가 바로 이 면역 항암제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도 바로 이 면역 항암제를 연구한 사람들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엔 중요한 역할을 하는 T 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T 세포의 표면에는 T 세포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단백질도 있고, T 세포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단백질도 있다. 그런데 암세포들 중에는 이 T 세포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단백질을 작동시켜 T 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물질을 갖고 있는 암세포들이 있다. 면역 항암제는 이 T 세포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단백질에 자신이 먼저 결합해 암세포가 T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활성화된 T 세포는 암세포들을 공격하게 된다.
◆ 면역 항암제는 T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해
위암에서 사용되는 면역 항암제의 기전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T 세포 표면에 있는 PD-1 이라는 단백질은 T 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암세포들 중에는 이 PD-1에 결합할 수 있는 PD-L1 이라는 단백질을 갖고 있는 암세포들이 있다. 암세포에 있는 PD-L1이 T 세포에 있는 PD-1에 결합하면 T 세포는 이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인식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즉, 비활성화 되는 것이다. 면역 항암제는 T 세포의 PD-1에 자신이 암세포의 PD-L1 보다 먼저 결합해 암세포의 PD-L1이 T 세포의 PD-1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하여 T 세포는 암세포를 비정상적인 세포로 간주하고 공격하게 된다.
◆ 부작용 적고 말기 환자들에게도 효과 있지만 사용 가능한 환자들은 적어
이 면역 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이용하므로 기존 항암제들에 비해 부작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된 말기 암환자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 일단 이 면역 항암제에 반응이 있는 말기 암환자들의 경우, 약을 중단해도 인체의 면역체계가 이것을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한다. 그래서 말기 암환자라 하더라도 장기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모든 암환자들이 면역 항암제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암 환자들 중 면역 항암제에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은 특정 생체 표지자를 갖고 있는 환자들로, 전체 환자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 생체 표지자는 조직 검사 등으로 떼어낸 암세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생체 표지자를 갖고 있는 환자들이라고 해도 우리 몸의 면역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과 유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