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항문에 통증을 느끼고 선홍색의 피까지 보게 된다면? 날이 갈수록 추워지면서 항문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게 돼 혈액 순환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실제로, 치질 수술을 받는 환자 수는 겨울에 가장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7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치질 수술 건수는 5만7000여 건으로 한 해 수술 건수(19만9000여 건)의 30% 가까이를 차지했다. 수술이 불가피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가 해당 시기에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항문 통증과 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보통 두 가지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나는 단순 현상으로 생각하고 별 거 아니란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 다른 하나는 혹시 큰 병이나 암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 돼도 병원에 가기 겁나거나 항문 부분을 보여주며 진찰 받기 부끄러워 망설이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들로 항문질환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문질환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 있으며, 무심코 넘겼다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항문질환에 대해 유성선병원 외과 최병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혈변은 장출혈 … 혈변 모습 자세히 설명하거나 출혈 당시 사진 찍으면 진료에 도움
혈변은 대변에 선홍색의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말한다. 선홍색의 혈변은 소장, 대장이나 직장과 같은 하부 위장관, 즉 항문에서 가까운 부분의 장출혈을 의미한다. 하부 위장관에 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혈액이 위액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대변의 색깔이 검지 않다. 출혈 부위가 항문에 가까울수록 대변에 섞여 나오는 혈액의 색깔이 선홍색을 띠게 된다.
혈변의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붉은 피만 보이는 경우도 있고, △핏덩어리가 보일 수도 있으며, △형태를 갖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피가 섞인 설사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혈변의 모습을 잘 기억했다가 전문의에게 자세히 설명하거나 출혈 당시의 사진을 찍어 진료 시 가져오는 것이 출혈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치열은 치질 종류 중 항문 피부나 점막이 찢어지는 질환 … 치열의 특징적 증상은?
혈변을 유발하는 질환 중 흔히 항문에 생기는 질환들을 치질이라고 한다. 이는 항문에 생기는 암을 제외한 양성 질환들을 통칭해 부르는 이름으로, 크게 치핵, 치루, 치열 등으로 구분 할 수 있다. 그 중 치열은 항문의 피부나 점막이 찢어지는 것으로, 크고 굳어있는 대변이 항문을 통과할 때 잘 발생한다. 이외에도 어떤 원인에 의해 항문이 좁아져 있거나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치열의 특징적인 증상은 통증과 출혈, 항문 불편감이나 가려움 등이다. 그러나 찢어진 부위가 항문 안쪽인 경우 아무 통증이 없이 출혈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은 배변 시나 배변 직후에 항문이 찢어지는 느낌이나, 묵직하고 쑤시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며, 배변 후에도 수 분 혹은 수 시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출혈은 보통 선홍색으로 대부분 화장지나 대변에 소량 묻어나는 정도이지만, 변기가 빨갛게 물들 정도로 많은 양이 나올 수도 있다. 출혈이 반복되고 그 양이 많을 경우엔 빈혈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이런 경우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하다.
◆ 증상 심하지 않은 경우엔 연화제, 연고로 증상 완화 가능
치열이 처음이고 초기인 경우에는 항문의 12시나 6시 방향에 찢어진 흔적만 보이게 된다. 하지만 치열이 생겼다가 치유됐다가를 반복하는 경우엔 항문 주변이 단단해지거나, 치열의 찢어진 양 쪽으로 살이 늘어진 혹 또는 피부 꼬리처럼 변하기도 한다.
치열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연화제로 변을 부드럽게 해 항문관의 찢어짐을 예방할 수 있으며, 국소마취제를 포함한 연고 사용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혈관확장제나 말초혈관순환개선제가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수술이 필요할 수 있는 증상들은? … 일반적으로 내괄약근 일부 절제
만성치열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보존적 치료로는 잘 낫지 않고,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진다 하더라도 곧 재발하게 된다. 따라서 △오랫동안 증상이 있었고 치열의 형태가 만성화된 경우, △증상의 기간이 짧아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농양(고름)이나 치루가 형성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미루지 말고 반드시 항문질환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일반적으로 내괄약근 일부를 절재해주는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시간은 30분 이내로 비교적 간단한 수술에 해당하고, 수술 후 하루 정도의 입원 기간이 필요하며 이후에는 즉시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 치열 예방하려면 우선 변비를 예방해야 … 충분한 섬유질, 수분 섭취도 좋아
치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변비를 예방해야 한다. 야채나 과일 등 섬유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온수 좌욕을 통해 항문관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