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검사 결과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한데, “예전에는 다 정상이었는데, 검사 결과가 이상하다”와 “일단 내가 알아서 관리를 해보겠다”가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다.
혈액 검사 결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왔을 때의 반응도 비슷한데, “나는 기름기를 거의 먹지도 않는데 이상하다”와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관리를 해보겠다”고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 뒤로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 다시 검사를 했을 때 결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가장 많다. 사실 애초에 나쁜 콜레스테롤은 음식에 있는 콜레스테롤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서 2015년 미국 식생활지침 자문위원회에서는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하지만 이것이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콜레스테롤 섭취 제한 문구를 삭제하면서도 이 자문위원회는 가급적 콜레스테롤 섭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총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사 습관으로는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산을 피하고,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것, 그리고 체중을 줄이는 것 등이지만 이런 생활습관 개선의 효과는 5-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떤가? 콜레스테롤은 포도당과 달리 에너지로 쓰이지 않는다. 이 말은 즉, 열심히 달리면 혈당은 에너지로 사용되면서 감소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 콜레스테롤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가장 많은 곳은 뇌다. 우리 몸에 있는 전체 콜레스테롤의 20~25%정도가 뇌에 있다. 대부분은 미엘린초라고 하는 신경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막 형태로 존재하며,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에 역할을 한다. 호르몬을 만드는 과정에도 콜레스테롤이 필요하고, 세포막도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만드는 과정은 인위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하다.
결국은 콜레스테롤의 조절은 운동도, 음식 조절도, 영양제도 모두 효과가 없거나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저용량의 고지혈증 치료제는 콜레스테롤을 30% 가까이 낮춘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40정도만 줄어도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20%이상 감소하고,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15% 정도 감소한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같이 있는 경우에는 혈압과 총콜레스테롤을 각각 10%씩만 줄여도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45%까지 낮출 수 있다. 적어도 고지혈증에 있어서는 약이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영양제다.
내 안에 있는 자연의 힘으로 극복하기 위해 치료를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 검진 결과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이상하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고, 보다 확실한 치료를 위해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