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 김기덕 소장
1960년대에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60세를 넘지 못했지만 지금은 80세가 되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20년을 더 살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 20년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선물이 될 수도 있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건강에 주목하게 되고, 미디어에는 온갖 건강 ‘비법’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건강에 비법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적어도 건강에는 비법도 없고 벼락치기도 없다.
◆보다 어린 나이에도 성인병 …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인 ‘생활습관병’
노년기에 흔히 있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그리고 이런 병 때문에 발생하는 협심증, 뇌졸중 등의 질병은 40세 이후에 주로 생긴다고 하여 성인병이라고 불려왔다. 1970년대부터 미국인들의 건강 상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1977년에는 맥거번 의원이 2년간의 연구 결과를 미 의회에 보고했다. 5000여 페이지에 달했던 이 보고서의 내용은 미국인의 생활 습관이 모든 병을 초래했다고 보고했다. 보다 어린 나이에 성인병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러한 병들이 생활습관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생활습관병’이라는 말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생활습관병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생활습관병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
이런 생활습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금연이다. 구강암, 혀암, 식도암, 기관지암, 폐암의 90%는 담배가 원인이다. 흡연은 암뿐만 아니라 뇌졸중과 협심증의 발생률도 증가시키고,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흡연자 본인의 몸에는 화학물질들이 필터를 거쳐 들어오지만 담배 연기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집안에서 흡연하는 경우 부인의 폐암 발생률이도 30% 정도 증가한다. 손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1세 미만 아기에게는 간접흡연으로 급성 호흡기 질환 또는 폐기능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총 흡연량이 하루 1갑씩 30년 흡연한 것보다 많다면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흉부 CT 검사로 폐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금연을 하더라도 15년 동안은 매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건강검진에 의한 조기 발견으로 예방 가능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콩팥의 기능도 확인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은 증상이 전혀 없어 평소에는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개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없는데도 치료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방치할 경우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20mmHg 오를 때마다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2배씩 높아진다. 반대로 10mm/Hg 감소하면 뇌졸중 발생률이 40% 감소한다. 혈압이 약간만 줄더라도 뇌졸중 위험이 절반으로 주는 셈이다.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다. 총 콜레스테롤이 240㎎/dL을 넘으면 뇌졸중 위험이 50% 이상 증가하고 혈관성 치매는 40% 증가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위험은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즉,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노년기를 위협하는 뇌졸중, 협심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의 경우에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당분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상승하고 운동을 많이 하면 혈당이 감소한다. 하지만 이런 당뇨병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벼락치기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당뇨병은 초기에 잘 관리해야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줄일 수 있어 초기 치료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등으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당뇨는 초기에 치료를 잘 하는 것이 20년 후에 효과가 나타나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을 감소시키므로, 치료를 미루지 않고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고지혈증은 생활습관병에 해당되긴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습관만으로는 조절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콜레스테롤은 몸에서 에너지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을 많이 한다고 콜레스테롤이 많이 소모되는 것은 아니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은 간에서 만들기 때문에 음식 양으로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만성질환들은 치매, 뇌졸중, 협심증 등으로 이어진다.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치료‧관리를 하면 노년기 질병의 상당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골다공증 예방에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
골다공증은 건강관리가 벼락치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다. 우리 뼈는 20대 초반에 가장 단단해진다. 이것을 최대골량이라고 하는데 이 시기가 평생 뼈 건강을 좌우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줄넘기, 달리기, 농구 등과 같이 뼈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부터는 뼈가 덜 약해지도록 꾸준히 운동하면서 골고루 먹어야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에는 뼈가 더 빠르게 약해지기 때문에 골다공증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평생에 걸쳐 관리를 하는 셈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양과 질을 조절해야
음식에 있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양과 질이다. 과식은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음식의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맥거번 의원은 심장질환, 암, 뇌졸중 등을 줄이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질병들이 감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의 발생이 더 증가했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미국 최대 당뇨병 센터인 조슬린 당뇨병 센터의 메디컬 디렉터인 오사마 함디는 이 잘못된 권고안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면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40% 미만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한국인은 전체 열량의 70% 이상이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이 권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년기 건강관리, 하루아침에 할 순 없지만 꾸준히 해야
노년기 건강을 위해서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우리가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 나중에 큰 적금으로 돌아올 것이다. 금연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검진 결과에 따라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 그리고 절제되고 적절한 식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