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주부 A씨는 컴퓨터를 안방으로 옮겨버렸다. 처음 아이들 방에 있던 컴퓨터를 거실로 옮겼다가 이번에 아예 안방으로 옮기게 된 것.
절대 안 된다며 성화를 부리던 아이들도 엄마의 ‘특단의 조치‘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토라져서 입이 삐죽 나오고, 그날 저녁 식탁 분위기는 한겨울 추위보다도 더 차가웠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이름을 불러도 모를 정도로 인터넷이며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과 입씨름하는데 지쳤다. 초등학생인 아들은 게임에, 중학생인 딸은 좋아하는 가수 그룹의 팬 사이트에 가서 채팅을 하는 것.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컴퓨터를 아예 안방으로 옮겼는데, 인터넷과 게임에 빠진 아이들에 대한 정신과 문의 건수가 방학 전보다 방학 끝난 후 더 늘어났다. 우리 아이, 인터넷 중독 안전지대에 있는 걸까, 아닐까.
■ 인터넷 중독이란?
정보 이용자가 컴퓨터에 접속하여 일상 생활에 심각한 사회적, 육체적, 경제적 지장을 받도 있는 상태.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자율적 통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병적으로 집착하여 인터넷을 사용하는 증상이다. 과도한 게임 사용으로 인해 학업(직장)과 가정 및 대인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현실과 가상 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 인터넷에 더 잘 빠질 수 있는 아이
n 부정적인 생각,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
n 자존감, 자신감 결여, 자기표현을 못하는 경우
n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n 승부욕, 경쟁심이 높은 자녀
n 자신의 정체감에 불만이 있는 사람
n 학업에 흥미를 잃는 경우
n 부모 요인
n 환상적 사고에 취약한 사람
▲ 청소년 인터넷 중독의 대표적인 증상 8가지
1. 밥을 먹지 않고 밤새 게임에만 몰두한다.
2. 밤새도록 게임을 하느라고 학교에서는 잠만 잔다.
3. 게임을 하지 않을 때에도 늘 게임에 관한 생각들뿐이다.
4. 과도한 게임 사용으로 학업이 떨어졌다.
5. 가족과 매일 다투거나 부모님으로부터 꾸중을 듣는다.
6. 게임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다.
7. 가끔 현실과 게임 공간이 구분이 안될 때가 있다.
8. 꿈에서도 게임에 과한 꿈을 꾼다.
강박적인 집착과 사용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 사용에 보낸다. 또한 내성과 금단현상이 생긴다. 만족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사용에 보내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일상생활 장애로 이어져 수면 시간이 축소되고 가출, 학업 중단 등의 현상이 생긴다. 만성피로감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장마비나 돌연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 인터넷 중독의 원인
1. 인터넷 자체의 속성이 인터넷 중독을 야기
-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보상 능력이 있어 중독 상태에 이르게 함
2. 의사 소통 장애의 한 형태
-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이 용이
-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됨. 결국, 자기와 타인의 관계가 이전보다 잘 유지되고
있다고 믿고 이를 추구함으로써 인터넷 중독이 생김.
3. 성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
- 신체접촉의 위험 부담 없이 자유스럽게 성을 표현
4. 숨은 성격이 발현될 수 있다.
- 현실에서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적이지 않았던 사람의 공격성 표출 (노출적 요소의 표현)
5.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 같은 집단의 사람들로부터 심리적 유대감 및 인정과 영향력을 획득
6.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
- 타인을 관찰하고 탐색함으로써 대리만족 (잠복적 관찰)
■ 인터넷 중독의 심리 사회적 요인
- 인터넷 이용 결과에 대한 기대 :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인터넷의 사용 빈도가
높다.
- 감각 추구 성향 : 감각 추구 성향이 높을수록 인터넷 중독 경향수준이 높다.
- 자존감이 낮을수록, 자기 통제력이 낮을수록, 현실에서의 자기 효능감이 낮을수록, 충동성
이 높을수록, 우울수준이 높을수록 인터넷 중독 성향이 높다.
- 부정적인 가족 특성 : 가족 응집성이 낮을수록, 부모가 자녀를 통제할수록 인터넷 중독
성향이 높다.
▲ 인터넷 중독에 이르는 과정
인터넷에 빠져들기 - 인터넷에 정기적으로 접속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나간다.
인터넷을 통한 대리만족 - 인터넷이 거부할 수 없는 대리만족의 세계가 되어간다.
현실탈출 -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모든 걱정에 대한 해독제이며 고통을 잊게 해준다.
현실이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인터넷 중독 현상과 조기 징후
인터넷 사용 유형을 보면, 인터넷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수록, 정보보다는 통신 용도로 사용할수록, 통신보다
는 오락적인 용도로 사용할수록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인터넷 중독을 예방 7계명
1.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고 끄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하고 꼭 지키도록 노력한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웹서핑을 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다른 일을 다 마친 후에 컴퓨터를 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 시간만 채팅하고 리포트를 쓰고 시험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도 역시 중독 증상의 하나일 뿐이다.
2. 혼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을 피한다. 남에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은밀성이 사이버 중독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보다 공개된 장소로 컴퓨터의 위치를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오락과 휴식 도구로써의 컴퓨터 사용을 줄인다. 컴퓨터 사용은 신체적, 정신적 긴장을 유발하므로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감하게 불필요한 게임CD는 정리하고 게임 파일을 삭제하는 것이 좋다.
4. 신체적 활동을 하는 시간을 늘린다. 땀을 흘리는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모니터 앞에서 식사를 절대로 하지 않으며, 바쁘더라도 컴퓨터를 끈 채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5.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의 대인 관계를 늘린다. PC방을 가더라도 동료, 연인과 같이 가고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만드는 것도 좋다.
6. 컴퓨터보다 더 재미있는 대안활동을 찾는다.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만을 줄이는데 목적을 두게 되면, 남는 시간에 할 일이 없어서 다시 인터넷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인터넷말고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안활동을 찾아서 즐기는 것도 좋다.
7. 이런 노력을 통해서 중독 증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신의학관련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대전선병원 정신과 김영돈 원장은 “부모와 자녀간의 평소 쌓은 신뢰가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평소 자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아이의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대화를 통해 형성된 신뢰 관계는 자녀의 바람직하지 않은 인터넷 사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