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의 지표, 월경의 모든 것
- 무월경, 월경전 증후군, 생리통
선병원 산부인과 최영렬 부장
사례1> 올해 고3이 되는 이지혜(18세, 가명) 양은 고민이 많다.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에 대한 부담도 많지만, 매달 한 두 번씩 찾아오는 생리통 때문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 한 번 가려고 해도 담임 선생님께 외출증을 받고 다녀와야 하는 것이 번거로워 그냥 꾹 참고 진통제 하나 먹고 버티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학교 수업 시간 중에는 양호실에라도 잠시 가서 누워 있을 수 있지만 공부가 뒤쳐지는 게 아닐까 불안한 맘에 가시방석이다. 게다가 모의고사를 치르는 날과 겹치기라도 하면, 시험 치는 내내 집중이 안되어 제 실력 발휘를 못했다는 생각에 억울하기 까지 하다. 생리통의 고통에서 언제쯤 벗어 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대학 입시 다음으로 걱정되는 고민이란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아니 매달 겪고 있을지도 모를 생리통! 체육 시간에 따로 운동장 한 켠에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교실에 엎드려 있던 기억, 또는 가슴이 멍울진것처럼 아프다거나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거나 하는 생리통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월경과 관련된 증상들을 중심으로 대전선병원 산부인과 최영렬 부장의 도움말을 통해 여성 건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자.
■ 왜 이렇게 힘든거니, 탈출하고 싶어! ‘생리통’
흔히 생리통이라고 말하는 월경통은 월경이 있을 때마다 동반되는 통증을 말한다.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부인과적 질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월경 시 통증이 나타나는 원발성 월경통(혹은 1차성 생리통)은 여성의 50%에서 경험하는 흔한 부인과적 문제이지만 이 중 약 10%는 여학생의 경우 학교를 결석하게 되고 직장 여성인 경우는 결근을 할 정도로 심한 증상을 호소한다.
원발성 월경통은 초경 후 12-18개월 동안의 무배란성 생리주기 동안에는 통증이 없다가 배란성 생리주기로 바뀌면서 생리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배란과 관계가 있으며, 특히 황체호르몬의 자극으로 자궁내막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면서 자궁의 긴장도가 증가되어 자궁 혈류가 감소되는 것이 통증의 원인이다. 그 외에도 자궁의 전굴(anteroflexion)이 심한 경우, 자궁경관이 협소한 경우, 기타 심리적․환경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원발성 월경통의 증상은 월경 시작 몇 시간 전이나 시작 직후에 발생하여 48-72시간 정도 지속된다. 통증은 주로 경련성 혹은 분만진통과 같은 성격을 보이며 치골 상부와 하복부에 국한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요추와 대퇴부로 퍼지기도 한다. 오심, 구토, 설사 등을 동반하기도 하고 어지러움, 식욕부진, 두통 및 신경과민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원발성 월경통은 배란성 월경을 갖는 성숙한 여성이 되었다는 증표이며, 생식기의 구조나 기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하면 저절로 없어지는 통증이므로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복부를 마사지하거나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도 약물을 통한 증상 치료를 한다. 약물은 대부분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약물의 금기증이나 부작용 등을 잘 관찰해야 한다. 또 스트레스가 생기면 빨리 해결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하여 몸과 마음의 긴장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속발성(혹은 2차성) 월경통은 통증을 일으키는 골반 병변과 관련된 주기적인 월경통을 말한다.
초경의 시작과 동시에 생리통이 나타나거나, 이전에 월경통이 없던 여성에서 갑자기 월경통이 나타날 때, 첫 출산 후 월경통이 시작될 때, 월경의 시작 전부터 통증이 있거나 월경 후 72시간이 지나서도 통증이 지속될 때는 속발성 월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속발성 월경통의 원인은 자궁경부의 폐색, 자궁 내 종괴나 피임장치와 같은 이물질,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자궁내막 폴립, 자궁내막 유착증, 골반염증성 질환, 난소낭종 등 다양하며, 이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경구 피임제는 효과가 없고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통해서 생리통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 ‘무월경’
사례 2> 직장에 다니는 정세연(28세, 가명)씨는 다이어리의 월별 계획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매달 한 번씩 꼬박꼬박 표시가 있어야 할 ‘그 날’에 대한 표시가 석 달 째 없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새로 직장을 옮긴 탓에 적응하느라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달을 거른 적 없이 정상적으로 하다 ‘무월경’증상이 보이자 걱정이 커졌다. 아직 미혼이기에 임신 가능성도 없어 일단, 며칠 더 지켜보다 병원에 가보기로 생각했다.
무월경은 나이가 만 16세가 되었으나 아직 초경이 없는 원발성 무월경(혹은 1차성 무월경)과 그 동안 월경이 있었던 여성에서 6개월 이상 월경이 중단된 속발성 무월경 (혹은 2차성 무월경)으로 나누어지는데, ‘무월경’이라는 용어는 어떤 질병의 결과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일 뿐 진단명이 아니다.
여성에서 정상적인 주기적 월경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 및 자궁 등이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긴밀한 상호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뇌하수체의 영향을 받은 난소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하고 이들 호르몬의 작용으로 자궁내막이 증식되면서 임신을 준비하게 되는데, 배란 이후에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증식된 자궁내막이 탈락하면서 소퇴성 출혈을 보이는 것이 월경이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여러 기관 중에서 어느 부위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무월경이 발생하기 때문에 월경은 여성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무월경이 발생하면 먼저 해부학적으로 어느 위치에 이상이 있는지를 구별하고 각 장기마다 기능상 장애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월경 자체는 전체 여성의 약 3-5% 정도에서 발생하므로 발생빈도로 보면 그다지 중한 증상은 아니지만 뇌하수체 종양, 난소 종양, 부신 종양, 간질환, 신장질환, 당뇨 등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하여 의학적으로 많은 정보를 암시해주기 때문이다.
무월경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음과 같은 병력들이 있다. 가임여성에서 무월경이 발생하였다면 맨 먼저 임신 가능성부터 확인한다. 아직 초경이 없다면 사춘기가 지연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또 초경시기, 과거 월경주기의 양상, 자궁소파술 유무, 과거 분만 시 과다출혈, 기타 부인과 질환의 수술 여부를 확인한다. 피임약, 항암제, 방사선 치료, 유즙분비호르몬을 증가시키는 약물 복용여부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도 무월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 갑상선 질환, 간장 및 신장질환, 결핵 등 전신질환과 관련된 증상들도 중요하다. 그 외에도 유전질환의 가족력, 후각의 이상, 두통, 시각 장애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지 살펴야 하고 거식증이라고 불리우는 신경성 무식욕증도 무월경을 유발시킨다.
무월경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 또한 배란유도, 호르몬대체요법, 성선제거술, 기타 수술적 치료 등 원인에 따른 개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편 만성적으로 무배란이 지속되면서 혈중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의 농도가 증가하는 다낭성난소 증후군(PCOS)에서도 희발월경 혹은 무월경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일차적 원인은 비만이다. 비만하면 체내에서 인슐린의 저항이 증가되고 이용되지 못하는 인슐린이 많아져서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한다. 그 결과 난소와 간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무배란,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이 유발된다. 또 만성적으로 무배란이 있는 여성은 자궁내막암의 위험도가 3배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이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자궁내막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이런 여성에서는 약 5% 정도만 체중이 감소하여도 고인슐린혈증과 혈중 안드로겐의 농도를 완화시키므로 체중조절이 1차적 치료 목표이며, 환자의 자각증상인 불임, 월경 불순 혹은 무월경, 다모증 등에 대한 치료를 병행한다.
■ 복잡 미묘한 내 마음 나도 알 수 없어! ‘월경전 증후군’
월경 전 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이란 다양한 종류의 정신적, 신체적 혹은 행동적 증상이 월경주기와 더불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의 복합체를 말한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여 한마디로 특정할 수 없으나 신체적 증상으로는 피로, 두통, 복부팽만, 유방통증, 여드름, 관절통, 소변량 감소, 변비, 곰팡이 감염 등이 나타난다. 또 불안, 적의, 분노, 우울, 자살 충동 등 정신적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남편이나 자녀들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가출하기도 하지만 가장 흔한 증상은 정서불안이다. 이런 증상들은 주로 월경주기에서 배란 이후에 나타나서 월경시작과 더불어 소실되며 늦어도 월경 2일 이내에는 소실되는 것이 특징이다.
PMS는 증상 자체가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남편 기피, 자녀 학대, 직장 기피, 절도 및 살인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구사회에 비교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PMS의 발생빈도가 높지 않으나 PMS는 생활방식이나 음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발생빈도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역학조사에 의하면, PMS의 평균연령은 33세 정도이지만 폐경까지는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과거에 임신중독증이나 산후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MS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은 있으나, PMS는 신경이나 정신이상으로 생기는 병이 아니고 스트레스, 음식, 운동부족 등으로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여 삶의 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물론 환자가 호소하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가능한 많은 부분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