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50대 신사 한 분과 그의 부인이 들어왔다. 남편이 환자로 왔고 부인은 보호자로 온 것이다. 몇 개월 전부터 대변 볼 때 피가 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등산을 즐기는데 요즘 항문 밖으로 덩어리가 빠져 나와서 자꾸 불편하다고 했다. 이야기만 듣고도 치핵을 의심할 수 있었다. 항문을 진찰하기 위해 진료실 옆에 마련된 항문 진찰실로 자리를 옮겼다. 요즈음은 진찰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모니터를 설치해 환자도 볼 수 있게 하는 곳이 많다.
모니터를 통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는데 곁에서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부인이 불쑥 물었다.
"저 정도면 수술해야 하나요?" "네, 보시는 것처럼 항문 속에 덩어리가 커져서 바깥으로 빠져 나와 있고 그냥은 안 들어가고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갈 정도면 3도 내치핵 정도가 되니까 수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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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이 좋아 보이는 부부였는데도 부인은 자기의 증상에 대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수술받는 것이 무서워 남편한테도 증상을 숨기고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었던 것이다. 부부의 수술은 잘 끝났다. 일주일 뒤, 진료실에서 부부를 다시 만났다. 수술 전보다 더 편한 얼굴이었고, 부인은 왜 진작 병원을 찾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고 했다. 치핵으로 진료실을 찾는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항문 수술이 무척 아프고 고통스럽고, 수술 후에 합병증이 많아 고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술 후 통증이 가장 심한 이틀 정도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무통 주사를 통해 통증은 거의 없을 정도로 조절이 되고 퇴원해서도 진통제를 일주일 정도 복용하면서 온수 좌욕을 하면 대개는 통증없이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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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