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들이 해외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료는 뛰어난 의료기술, 서비스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전망이 밝다. 정부도 의료의 융복합적 특성을 일찍이 인정하고, 새로운 창조경제 모델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척박한 국내 의료 환경의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한 해외진출·환자유치 사업. 성공과 실패를 몸소 경험한 병원들로부터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4~5년 전 선병원이 해외환자 유치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지역 언론을 비롯한 대다수가 냉소적이었다. 당시에는 환자 유치 개념 보단 참여와 봉사 차원의 느낌이 컸다.”
주변의 반신반의 속에서 선병원은 2010년 90여명에 불과하던 해외환자를 지난 해 3000명 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장 속도는 지역 의료기관의 새로운 경영 모델로까지 떠오르며 국내 병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선승훈 의료원장[사진]은 “해외환자 유치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다문화 가정 돕기가 발단이 돼 한 두 명 씩 환자들이 오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해외에 자주 오가다보니 실제 외국인 환자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면받는 지방 중소병원, ‘발’로 극복
선병원의 성과는 발로 뛰는 경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도 아닌 한 지방 도시의 의원급에서 출발한 병원을 먼저 주목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선승훈 의료원장은 “가까운 나라에서부터 시작해 아프리카 등 최근 3년간 안 가본 도시가 없을 정도”라며 “민간에서 나가 단독으로 관(官)을 만나기가 매우 어렵다. 장·차관급과 만나기 위해 한 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떠올렸다.
선 원장은 “현재 휴대전화에는 전 세계 유명 병원과 호텔의 모습을 찍은 수 천장이 사진이 저장돼 있다”며 “어느 나라에 가든 그 지역의 병원부터 떠오른다.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만난 모든 것이 선병원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선도 병원들로부터 받은 자극은 신축 건물 건립과 시스템, 경영 방식 등에 적절히 배분됐다.
우선 해외환자 유치의 주축이 되고 있는 건강검진 시스템의 경우 2012년 국제검진센터 개소를 통해 업그레이드 시켰다. 특히 검진센터 중 세계 처음으로 JCI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외국인 환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남다른 맞춤형 서비스로 외국인 환자에 눈도장
병원 내부적으로 강조해왔던 ‘서비스 마인드’ 역시 환자 유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한 중동의 VIP의 경우 선병원에서 검진을 끝내고 관광을 위해 서울로 이동했으나 다시 대전으로 내려왔다”며 “할랄푸드를 제대로 제공해주는 곳이 선병원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병원 곳곳에 녹아든 서비스 정신은 VIP에서부터 시작해 중상층, 일반 환자에 이르기까지 외국인들의 마음을 붙잡은 것이다.
선 원장은 “최고의 의료기술에 세밀한 마음까지 얹으니 이제는 어떻게 알고 외국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다”며 “이들은 선병원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길 원한다. 의사, 간호사, 행정직까지 교육받으러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영진 의지·사전 투자 ‘전제 조건’
지방의 작은 병원이 해외환자 유치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경영진의 강한 의지와 사전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병원들이 팍팍한 국내 실정의 탈출구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세를 따르기 보단 색깔 찾기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성과는 한 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며 “외국인 환자 유치나 해외 진출은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지지를 바탕으로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의 사전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고 피력했다.
선 원장은 또 “타 병원이 검진에 주력한다고 무작정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각자 병원만이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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