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기가 힘들어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요', '가슴을 누가 조이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껴요'.
부정맥을 앓는 환자들이 말하는 증상들이다. 최근 한파가 절정에 달하면서 부정맥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저체온증으로 부정맥이 유발돼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제주 오름을 등반하던 한 60대 등산객이 등반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다.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소 부정맥질환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맥은 뇌졸중, 실신, 심정지 등 합병증을 일으키는 무서운 질환이다. 유성선병원 심장·부정맥센터 최민석 소장의 도움으로 부정맥의 종류와 치료방법 등을 파헤친다.
▲부정맥은?=정상맥의 경우 심장이 1분에 60번에서 100번, 보통은 70번 내외로 수축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한다. 심장의 수축은 맥박을 만져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맥박이 규칙적으로 60회에서 100회 사이로 만져지는 것이 정상맥이다. 정맥 즉 정상맥이 아닌 맥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장에서 전기 자극이 잘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자극의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규칙적인 수축이 계속되지 못해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늦어지거나 혹은 불규칙해지는 것이다. 부정맥은 크게 서맥, 빈맥, 심방세동으로 나눌 수 있다.
▲맥이 정상보다 느려서 문제가 되는 서맥 부정맥=맥박이 너무 느린 서맥의 경우 어지럼증, 피곤함, 기운이 없는 증상 등이 발생한다. 사람의 심장에는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와 변전소가 있는데 이러한 발전소, 변전소가 고장이 나게 되면 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거나, 만들어진 전기를 전달하지 못하는 장애가 발생하게 되고 이 경우 서맥이 발생한다.
서맥은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와 인공심박동기의 삽입이 필요한 경우로 구분된다. 서맥은 약물로 치료를 할 수 없고 반드시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해 전기를 만들고 전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맥이 정상보다 빨라서 문제가 되는 빈맥 부정맥=맥이 100회 이상인 경우를 빠른 맥, 즉 빈맥이라고 한다. 심장 윗부분을 심방, 아랫부분을 심실로 구분하는데, 심실에서 발생하는 빈맥을 심실성 빈맥, 심방에서 발생하는 빈맥을 상심실성 빈맥으로 발생부위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심실에서 발생하는 빈맥의 경우 심장 초음파검사와 같은 검사를 했을 때 심실이 정상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갖는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와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심실성 빈맥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심방에서 발생하는 빈맥은 심방성 빈맥, 방실접합부 빈맥, 방실 회귀성 빈맥, 심방세동 등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가슴이 심하게 뛰어 도둑질하다 들킨 것 같은 느낌, 어지럼증, 정신을 잃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체한듯한 느낌, 흉통, 식은땀과 같은 증상이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보통 심장의 이상을 느끼면 응급실로 찾아오는데 지속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응급실에 도착하면 정상맥으로 회복되어 심장의 이상이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진단을 위해 증상이 발생했을 때 심전도를 찍어서 빈맥의 종류를 확인하게 되는데, 빈맥의 종류에 따라 약물치료와 고주파시술치료법, 제세동기 삽입과 같은 치료를 한다.
심방세동을 제외한 심방성 빈맥과 심실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심실성 빈맥에서는 가슴이 뛰는 느낌이 규칙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동안에는 평생 약물적 치료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1~2시간 이내에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RFCA) 시술을 통해 95% 이상 완치할 수 있다. 시술 이후에 바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해 약물치료 보다는 시술을 1차 치료로 권유하고 있다. 5% 정도에서 재발하기도 하지만 재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심실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이 아닌 경우에 발생하는 심실성 빈맥에서는 제세동기라는 기계 삽입을 1차 치료로 시행해 치료한다. 부정맥의 발생이 빈번한 경우라면 이를 억제하기 위해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병행 시행해 치료할 수 있다.
▲빈맥에서도 가슴이 뛰는 느낌이 불규칙한 심방세동=빈맥에서도 가슴이 뛰는 느낌이 불규칙한 심방세동은 발작적으로 갑자기 발생한 경우다. 심방세동은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다. 60세 인구의 4~6%, 80세 인구의 10%에서 발생하고 있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심방이 병들면서 심방이 확장되거나 폐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폐정맥이 병들면서 비정상적으로 불규칙한 맥박을 만들어내며 발생한다.
심방세동은 갑자기 발생했다가도 갑자기 좋아지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거나,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진단되지 않아 수년간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병의 진행과 함께 몸이 적응하면서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병이 없다고까지 생각해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꼭 치료가 필요하다.
심방세동 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는 한번 심방세동이 발생한 사람은 병의 초기든 장기화되었든지 간에 똑같이 중풍, 즉 뇌경색의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뇌경색으로 쓰러진 환자 10명 중 2명은 심방세동이 원인으로 심방세동 환자라면 뇌경색 예방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심방세동을 치료하기 위해 부정맥 약물치료도 시행한다. 약물로 정상맥이 돌아오는 경우는 50% 미만이지만, 과거에는 더 이상의 치료법이 없어서 심방세동을 그대로 둔 상태로 환자의 맥박수를 낮추어 증상 호전을 노리는 치료법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통해 정상맥을 유지시킬 수 있어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술은 초기 경우는 2~3시간, 진행된 경우는 4시간 정도의 시술시간이 소요되고 시술 이후에는 바로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시술의 효과는 약물치료와 비교해 월등히 효과적으로 80~90%의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1차 치료로 권장되는 시술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초기 심방세동의 1차 치료로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지만, 시술자의 시술 경험이 시술의 효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중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