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간판(디스크)의 간격이 감소되고, 뼈조직의 염증이나 변화로 인해 뼈 표면에 새로 생기는 '골극'이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척추 후방에서 신경을 감싸고 있는 황색 인대가 두꺼워지는 등의 변화도 볼 수 있다. 이는 해당 연령에서의 정상적인 과정인데, 증상이 저절로 감소되거나 소실되는 경우도 흔하다. 경추 척수증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경추 퇴행성 질환이다. 경추 척수증이 심하면 목디스크, 심하면 하반신 마비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 강종원 대전선병원 척추센터 과장의 도움을 받아 경추 척수증에 대해 알아본다.
◇초기 증상은 손의 운동능력 변화로 감지=경추증은은 경부통, 목 디스크(경추 신경근증), 그리고 경추 척수증 등 세가지 형태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은 목 디스크와 달리 경추 척수증은 노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예후도 좋지 않아 진단 즉시 바로 치료를 해야한다.
목 디스크의 경우 경추에서 손으로 가는 '가지 신경'이 눌리는 반면, 경추 척수증은 경추의 중앙에 있는 중추 신경이 눌려서 증상이 야기된다. 경추 척수증과 목 디스크는 각각 단독 질환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병행해서 나타날 수도 있다. 경추 척수증은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환자에게 나타난다.
이때 척추뼈에서 뼈가 자라나오는 등 심한 변성 변화가 동반됐을 때 나타날 수 있다. 경추증이 없는 경우에도 심한 추간판의 중앙 탈출이나 후종인대 골화증 등에 의해서 일어날 수도 있다.
경추 척수증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손 근력 약화, 부자연스러운 손놀림, 감각 이상, 하지의 근력 약화로 인한 보행 장해 등이다. 이는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목 디스크와 달리 통증이 거의 없지만 손의 세밀한 운동에 장애가 생겨서 종종 젓가락질을 하다가 잘 떨어뜨리기도 하며, 윗옷의 단추 채우기가 어려워진다.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면 대소변 장애와 하지 마비가 동반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환자가 교통사고나 이마를 부딪히는 등의 사소한 외상에 의해서도 급격히 마비가 진행되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은 CT와 MRI 촬영 필요=경추 척수증의 진단에서 중요한 것은 면밀한 병력 청취와 세밀한 신경학적 검사다. 손이 진단의 열쇠가 될 수 있는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주먹을 완전히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10초에 20회 이상 못하거나, 손가락을 완전히 폈다가 모으는 것에서 각각의 동작을 30초 이상 유지할 수 없다. 단순 방사선 검사에서는 추간판 간격의 감소, 신경공·구상돌기라는 관절의 골극 등을 관찰한다. '굴곡-신전 측면 방사선 촬영'을 통해서는 경추가 휘는 변화와 추체 전위, 불안정성을 관찰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CT와 MRI 촬영이 필요하다. MRI는 척수와 뇌척수액의 경계면을 뚜렷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추간판의 변성 및 후방 돌출, 황색 인대 비후 등 주위 연부조직의 상태, 척수 압박의 직접적인 원인과 척수 자체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어 경추 척수증의 진단과 수술 전 평가를 위한 필수적인 검사다. 근전도 검사는 목 디스크·말초 신경병증이나 경추 척수증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민감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경추 척수증은 일종의 진행성 장애다. 2000년 미국 경추연구회(Cervical Spine Research Society)에서는 비수술적 치료를 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보고돼 있다. 또 여러 연구에서 대부분의 경추 척수증은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면서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고, 보존적 치료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임상에서 보면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병원이나 한방을 전전하면서 적정한 치료 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악화돼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의심되면 경추 척수증과 다발성 경화증, 뇌혈관 질환, 뇌수종, 뇌종양, 척수 공동증, 척수 종양, 척수 매독,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등의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회복 불가능하기 전에 수술 받아야 경과 좋아=경추 척수증의 치료는 척수나 신경근의 회복이 불가능한 변화가 오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경 압박 증상이 심하고 진단이 오랫동안 지연된 환자일수록 경과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혹여나 좋아지더라도 더 이상의 진행만을 막고 손의 기능이나 보행이 다소 좋아지는 것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경추 척수증의 수술방법은 크게 전방 도달법과 후방 도달법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방 도달법은 추간판 제거술이나 추체 절제술 후 전방 유합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척수 압박 요인이 대부분 전방에 위치해 있는 1-2마디에 국한돼 있는 경우에 시행한다. 반면 3분절 이상의 다분절에 신경 압박이 있거나, 선천성·발달성 척추 협착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후방 접근법을 통한 후궁 성형술을 시행한다. 후궁 성형술은 척수가 압박돼 있는 분절을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후방에서 닫혀있던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이 수술해 결과가 좋은 편이다.
또 척추가 앞으로 굽어진 후만증이나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 심한 경부통이 동반된 경우 등에는 후방 감압술과 후방 유합술을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추체 아탈구와 불안정성을 동반한 심한 척추질환, 전방에서의 척수 압박이 황색 인대의 비후, 함몰 등을 동반한 경우,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경우에는 '전후방 병행 수술'이 필요하다.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