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필요한 '포상기태'... 개월수보다 빠르게 배나오면 의심을
조기진단 중요한 '자궁외 임신'... 무증상부터 쇼크까지 다양한 증세
얼마 전 둘째를 임신했던 주부 이지연(30·가명)씨는 첫째 때와 달리 심한 입덧 증상으로 음식냄새를 맡는 것조차 힘들었다. 둘째라 그런지 첫째 때와 달리 배도 더 일찍 나오는 듯해 이씨는 정기검진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는 유산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이름조차 생소한 '포상기태'. 수술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임신호르몬 수치를 살피던 이씨는 최근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항암치료까지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유산의 아픔을 겪게 되는 임신부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유산은 임신 20주 이전이나 태아의 체중이 500g 이하일 때 임신이 중단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자연유산과 인공유산으로 구분된다. 자연유산의 경우는 대부분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데 임신 5명당 1명꼴로 유산이 일어난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그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애초에 임신을 못하는 것도 속상한 일이지만 임신을 했다가 유산이 되면 임산부는 물론 가족들까지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러나 유산은 마음의 상처뿐만 아니라 몸에도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경황이 없어서, 혹은 좋은 일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유산 후 몸을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습관성 유산과 불임 등은 물론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상 임신으로 인한 유산은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 임산부의 생명조차 위협할 수 있다. 포상기태와 자궁 외 임신에 대해 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 노정훈 과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암도 아닌데 항암치료를? 포상기태=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한 후에 태아와 태반을 형성하는 새로운 조직이 생겨나게 된다. 이때 태반을 형상하게 되어 있는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과증식돼 기태성 수포라는 포도송이 모양의 조직이 자궁 내에서 자라는 것을 포상기태라 한다. 포상기태는 임신 1000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흔하지 않은 질환이지만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임신성 융모성 종양이라는 악성질환을 유발하므로 반드시 치료하고 추적 관찰해야 할 질환이다.
포상기태는 임신 중 과도한 구토증상, 피로감 등 보통의 입덧증상이 과도하게 나타난다. 골반통증이나 내출혈에 의한 심한 복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비정상적인 세포의 증식으로 자궁이 커지기 때문에 개월 수에 비해 배가 더 빠르게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포상기태의 생성 원인과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신 초기 정상적인 영양막에 기능 이상이 와서 혈관이 소실되고 융모에 부종이 생긴다고 추측되고 있다. 서양보다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더 빈번히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포상기태는 임신호르몬수치와 초음파소견으로 진단할 수 있는데 진단이 되면 신중하게 검사를 받은 후 포상기태를 제거해야 한다. 이때 제거는 일반적으로 흡입소파술을 이용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제거 후 자궁내에 남아있는 포상기태 조직이 지속적 융모성 종양이 되어 자궁뿐만 아니라 폐, 간장, 심지어는 뇌 등으로 전이될 수 있으므로 수술 후 추적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추적은 흡입소파술 후 혈액 검사를 통해 임신 호르몬 수치를 매주 체크하는데 3주 연속 정상수치이면 한 달에 한 번씩 체크하여 연속적으로 9개월 정상이 나올 때까지 추적 관찰한다. 이때 임신호르몬 수치가 낮아지지 않거나 상승한다면 침윤성 포상기태나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적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포상기태의 85%정도는 항암치료 없이도 치유될 수 있으며 항암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적절하게 치료를 받는다면 모든 종류의 포상기태는 완치가 가능하다.
완전히 치료를 받은 후에는 정상적인 임신은 가능하나 임신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로 유지되고 더 이상 추가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 최소 1년 정도는 피임을 하는 것이 좋다. 포상기태가 재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출혈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자궁외 임신=자궁 외 임신은 수정란이 정상적으로 자궁내막에 착상되지 않고 난관, 난소, 드물게는 자궁각, 자궁경부 등에 착상되는 임신을 말한다.
자궁 외 임신은 무증상부터 응급수술을 요하는 쇼크 상태까지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는 소량의 출혈 및 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흔하고 유방통, 어지러움이나 현기증, 빈맥, 목 또는 어깨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자궁 외 임신의 초기 증상인 출혈은 소량이기 때문에 생리가 늦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검진을 받지 않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궁 외 임신의 조기 진단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자궁 외 임신은 난관에 착상하게 되는데 난관은 아기가 자랄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수정란이 태아에서 아기로 성장해갈 때 좁은 난관이 버티지 못해 유산이 되거나 난관 파열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난관 파열이 일어나면 많은 양의 피가 한꺼번에 출혈되어 임산부가 생명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자궁 외 임신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난관 임신으로 인한 수술에는 수혈과 함께 개복 또는 복강경을 이용한 난관 절제술, 난관 개구술, 부분 난관 절제술 등이 이용된다. 근본적 치료법으로 난관을 완전히 절제하지만 수술 후 임신 가능성을 고려해 전통적 난관 절제술보다 난관을 보존하는 치료법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약물 주입법 등이 선택되기도 한다. 자궁손상이 심한 경우 자궁적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치료는 자궁 외 임신이 조기에 발견된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전신으로 투여하거나 직접 국소 주입하는 방법이 있다.
모든 자궁 외 임신은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궁 외 임신이 의심은 되지만 초음파 검사로는 확진을 못하고 임신호르몬 수치가 높지 않은 환자는 임상증상, 임신호르몬 검사, 초음파 검사를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감시해야 한다.
자궁 외 임신으로 난관절제술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다른 쪽의 난관에 이상이 없으면 다음 임신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번에도 자궁 외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산부인과의 검진이 필요하다.
중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