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수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2014년 12월 말 기준으로 누적된 재정흑자액이 12조 8000억 원을 넘어섰다. 복지부는 흑자분을 건강보험 준비금으로 적립한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완화되고 입원환자가 줄어든 반면, 외래 약국 급여비 증가율은 증가했다. 정부와 건보공단이 요양기관 현지조사를 강화해 급여비 누수를 차단한데다가 계절·유행성 질환이 둔화된 것도 재정 흑자 최대치를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진료형태별로 살펴보면 외래와 약국 급여비는 전년대비 증가율, 입원일수 증가율, 입원 1일당 급여비가 줄어들어 입원 급여비 증가율도 함께 감소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의 급여비 증가율은 최근 5년간 급여비 평균 증가율보다 낮았다. 반면, 의원과 치과, 약국의 급여비 증가율은 평년 수준보다 높았다. 이 중에서 치과 급여비 증가율은 23.4%로 가장 높았으며, 요양병원은 17.9% 늘었다.
복지부는 한국 의료비 지출은 OECD 국가(평균 1.3%) 중 높은 증가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진료비 이중청구 의심기관 현지조사 실시와 의료비 및 약제비 지출 적정관리 등을 통해 재정건정성 확보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경향은 대형병원 환자 쏠림 완화 현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만성질환 관리정책 도입으로 상급종병과 종합병원에서 진료받던 만성질환 또는 경증 환자들이 병·의원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여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완화됐다고 풀이했다. 의료기관 종별 합리적 의료행위를 유도해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급여비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보건사회연구원은 건강행태의 변화와 의료기술 발전, 환경요인 개선, 건강한 고령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책적 요인으로는 진료비 이중청구 의심기관에 대한 정부 현지조사와 의료비, 약제비 지출 적정관리 등 재정 건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기술적 요인으로는 암 발생률 감소와 의료기술 발달도 수술건당 입내원일수를 줄여 암 급여비 증가율이 둔화됐다.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던 암 발생률이 2012년 들어 처음 줄어들었고 B형 간염 예방접종에 따른 유병률 감소, 흡연율 감소, 검진으로 암 전 단계에서 치료, 음주·비만율 감소, 식생활 개선 등 건강행태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황사발생 감소와 대기오염 개선 등 환경적 요인 개선으로 호흡기계와 계절성·유행성질환 증가도 둔화됐다. 또한 건강한 고령화와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등으로 노인진료비 증가율과 노인 인구당 진료비 증가 둔화도 급여비 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는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적정수준의 준비금을 적립하는 한편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등 국정과제, 생애주기별 필수의료 중기 보장성 강화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서 재정흑자가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신규개업 후 60%이상 의원 문을 닫든가, 자리를 옮겨야 한다든가, 최근 10여 년 동안 어느 지역에는 새로 개업하는 병원을 찾기 어려운 현실 등 은 선진의료 국가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세심한 전략과 경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금강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