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는 윤 씨(72)는 얼마 전 허혈성 뇌졸중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됐다. 그러나 가족들이 발병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한나절 이상을 지낸 탓에 소위 말하는 '골든타임'을 놓쳐 평생 짊어질 후유증을 안게 됐다. 뇌졸중은 응급질환이다. 그런 만큼 발병 시 초기 대처가 중요하고, 초기 대처 시간에 따라 환자의 운명 또는 후유증의 정도가 달라진다. 의료계에서는 뇌졸중 증상 발생으로부터 3시간 이내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여 막힌 혈관을 뚫거나 뇌경색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창우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과장의 도움을 받아 급성기 뇌졸중의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뇌졸중은 겨울에만? 봄에도 안심할 수 없어요=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뇌졸중은 '뇌혈관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소 또는 전반적 신경학적 결손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뉘며, 허혈성 뇌졸중이 전체 뇌졸중의 80% 가까이를 차지한다.
허혈성 뇌졸중은 보통 특정한 원인에 의해 뇌에 공급되는 혈류가 줄어들거나 중단되는 경우 발생한다. 이 경우 결국 뇌 조직이 죽으며 괴사 되며 뇌경색 상태에 빠지게 된다. 뇌졸중 대부분이 허혈성 뇌졸중이 많은데, 그 원인은 대부분 응괴된 혈액 덩어리인 혈전이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한다.
보통 추운 겨울에 뇌혈관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교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는 봄에도 안심할 수 없다. 봄이 주는 따뜻한 이미지로 인해 자칫 방심하기 쉽지만, 환절기의 급격한 온도 변화로 혈압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졸중은 계절 여하를 막론하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출혈성 뇌졸중은 출혈부위·양 등 빨리 판별해야=뇌졸중은 일단 증상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1분 1초가 급하다. 급성기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가 골든타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하면, 우선 뇌 CT를 촬영해 허혈성 뇌졸중인지 출혈성 뇌졸중인지를 감별한다. 만약 출혈성 뇌졸중일 경우에는 출혈부위의 위치, 출혈의 양, 환자의 의식상태 등에 따라 약물 또는 수술적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뇌 CT상 출혈이 보이지 않는다면, 허혈성 뇌졸중을 의심하고 말초 정맥으로 혈전용해제(t-PA)를 투여하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시행한 후 뇌혈관 CT나 뇌 MRI를 통해 병변 확인 및 호전 여부를 판단한다.
혈전용해술은 검사 방법 및 시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45% 전후의 뇌혈관 재개통률을 보인다. 특히 신속하고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어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게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 방법으로 꼽히며, 이는 생명과도 같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뇌동맥이 막혀 있거나, 혹은 출혈성 경향이 있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지 못 할 경우, 최근 수술 등으로 금기중이거나 증상 발생으로부터 3-6시간 사이에 병원에 도착한 뇌졸중 환자는 뇌동맥으로 미세도관을 집어넣어 혈전을 녹이거나,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하게 된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사타구니 동맥을 이용해 굵은 도관을 경동맥까지 올린 다음 뇌혈관 조영술을 통해 혈관이 막힌 병변을 확인하고, 미세 도관을 병변 부위까지 올린다. 이후 막힌 부위에 직접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혈전을 녹이거나, 스텐트(Stent)를 이용해 그물로 물고기를 잡듯 혈전을 끄집어내는 시술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혈전을 흡입할 수 있는 도관을 혈관이 막힌 부위까지 올린 후 음압을 걸어 혈전을 빨아내는(suction) 시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이러한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정맥 내 혈전용해술에 비해 뇌혈관 재개통률이 높은 편이지만, 첨단 장비는 물론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한 시술이기 때문에 뇌혈관 질환에 대해 전문화된 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
◇증상 의심되면 즉시 진단·치료 필요='시간은 뇌'라는 말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약물이 있다 하더라도 골든타임에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는다면 치료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뇌졸중은 응급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을 느꼈다면 바로 병원으로 가는 것이 필수다. 뇌로 공급되는 혈류의 중단이 점점 지체될 수록 환자의 회복이 이려워지고 심한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이다.뇌졸중의 자가 진단 증상은 여러가지다.
만약 한쪽 팔과 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감각의 둔화, 눈이 안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경우,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거나 발음이 어눌해 질 경우, 두통이 있으면서 속이 매스꺼운 등의 증상이 보이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그 즉시 119에 연락하여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