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는 흔히 머리 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파열되기 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발생하면 높은 사망률과 장애율을 보이고 있다.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은 뇌혈관에 대한 특수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평생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건강한 성인의 약 1%에서 발견될 정도로 드문 질환이지만 발견 즉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 '뇌동맥류'와 '지주막하출혈'에 대해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이창주 과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극심한 두통 동반, 심한 경우 즉사할 수도=인간의 활동을 총 지휘하는 사령탑인 '뇌'는 그 중요도만큼이나 철저하게 보호를 받고 있다. 우선 두개골은 매우 단단한 뼈로 이루어져 뇌를 담고 있는 그릇 역할을 한다. 두개골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어 혹시 모를 충격에 대비한다. 뇌는 다시 3가지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장 바깥쪽의 경질막은 매우 단단하고 질기면서 두개골에 밀착되어 있으며, 가장 안쪽의 연질막은 뇌 표면에 단단히 붙어 있다. 연질막과 경질막 사이에는 지주막이 있고 지주막과 연질막 사이에는 '지주막하강'이라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는 '뇌척수액'이라는 물이 차있다.
뇌는 인체의 혈액 중 약 20%를 필요로 하는데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과 정맥들이 지주막하강에 위치한다. 뇌동맥류는 지주막하강을 지나는 혈관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져 있는 질환을 말한다. 뇌동맥류가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했을 때 지주막하강을 따라 퍼지기 때문에 이를 '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한다.
뇌동맥류 파열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는 극심한 두통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 그 자리에서 사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출혈량과 출혈부위에 따라 현기증, 운동마비, 시력저하, 경련 등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뇌동맥류 파열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은 뇌 CT 촬영이다. CT상으로 뇌출혈이 확인되고 동맥류 파열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면 CT혈관조형술이나 MR혈관조영술 등을 진행한다.
각종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가 확인되면 파열 유무에 따라 치료 계획이 정해진다. 그 중에서도 칼이나 바늘 등을 사용하는 침습적 진단법인 '뇌혈관조영술'은 합병증 발생률도 약 1% 미만으로 낮고, 뇌혈관을 가장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치료 방법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시행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일부가 약해져 불어나는 구조적인 문제로 약물로는 치료할 수 없고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수술은 모두 전신마취 하에 시행되며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과 뇌혈관내수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개두술은 두개골을 열어 뇌의 주름 사이에 파묻혀 있는 동맥류를 찾아내 의료용 클립으로 혈액이 동맥류 내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반면 뇌혈관내수술은 몸의 다리나 팔 등 굵은 혈관을 바늘로 찔러 그 안으로 관을 삽입하고 이를 통해 가느다란 미세 도관을 동맥류 안으로 집어넣어 특수 제작된 코일을 채워 넣어 파열을 막는다.
일반적으로 개두술은 두피 절개 등을 시행하므로 환자의 고통이 따르고 시술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소 높다. 그러나 파열 또는 재파열을 예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재발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뇌혈관내수술은 상대적으로 환자가 치료과정의 고통을 견디기 쉬우며 합병증 발생율이 낮지만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 시 약 10%의 경우에서 재발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두 치료법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보이고 있어 동맥류의 크기, 위치, 모양, 환자의 나이 및 상태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미파열동맥류 상태로 조기 발견했어도 안심은 금물=최근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주요 질환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 뇌혈관질환도 마찬가지다. 건강검진 중 뇌동맥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보통 '미파열동맥류' 상태로 발견되는데 이는 아직 파열되지는 않았으나, 파열될 위험성이 있는 경우이다.
지난 2003년 비파열성 뇌동맥류 연구자들의 국제 연구 모임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파열동맥류의 파열 위험률은 1년에 약 10% 정도이고 동맥류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연간 파열될 확률은 경우에 따라 매우 낮지만 해마다 누적되므로 10년이 지나면 무시할 수 없는 확률이 된다. 따라서 비록 지금은 위험성이 낮더라도 특히 6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환자에서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 치료 또는 추적관찰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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