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발은 간단하게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발은 몸집에 비해 크기가 작아 겨우 13분의 1정도의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몸을 구성하는 206개의 뼈들 중 한 쪽 발당 26개씩 총 52개를 갖고 있다. 이는 몸 전체 뼈의 4분의 1에 이른다. 이에 더해 64개의 근육과 힘줄, 76개의 관절, 인대들이 발에 모여 있다. 이것만 봐도 발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영장류 가운데 유일하게 완전한 직립보행으로 이동한다. 반면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마주보는 큰 엄지발가락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영장류들은 다른 네 발가락과 마주볼 수 있는 엄지발가락을 갖춘 채로 태어나 나뭇가지를 붙잡기 쉬운 각도로 구부러져있다.
인간의 엄지발가락은 구부러지는 능력을 포기해 나무 등에 기어오를 수 있는 민첩성을 잃었다. 그러나 직립보행의 자세를 지지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엄지발가락은 땅을 움켜쥐고 우리 몸을 고정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하며, 때로는 브레이크 역할도 하고 발가락으로 걷는 익살스런 행동이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또 발바닥에는 한쪽 당 20만 개의 감각 신경이 모여 있다. 발바닥에 감각 신경들이 많이 모여 있어야 걷거나 뛰는 동작에서의 자극이 빠르고 예민하게 대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달된 자극을 바탕으로 대뇌에서는 온몸으로 적절하게 명령을 내보내 적당한 운동을 하게 한다. 발반사(foot reflexology)도 발바닥의 감각신경에 대한 자극을 통해 여러 신체장기의 반응을 유도한다는 원리로 설명되고 있다.
발바닥은 이런 예민한 신경을 갖고 있어 복잡한 근육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손으로 만지는 것과 발로 만지는 것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특히 맨발로 땅을 걸어보면 신발이 우리의 발과 땅을 얼마나 차단하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걷기는 인간 본연의 이동방식이다. 앞서 나간 발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전진을 가능케 하는 운동을 이끈다. 한 걸음 씩 내딛을 때마다 몸은 쉴 새 없이 좌우로 흔들리게 되므로, 걷는 사람은 균형 감각을 지닌 채 체중이라는 힘을 균등하게 분배한다. 걷기는 몸통부터 다리, 팔, 머리까지 모두 협력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아가 걷기를 배우는 시기와 언어를 습득하는 시기가 일치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간은 시속 3∼5㎞ 사이로 이동하며 세상의 크기와 현실에 대해 인식한다. 가끔 평균 속도 900㎞인 비행기를 타기도 하지만, 창밖을 봐도 속도가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즉, 우리의 눈이 걷기에 최적화돼 있는 것이다.
거리측정의 기본 단위는 ‘걸음’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쓰이던 ‘보(步)’는 사람의 걸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영국에서 쓰는 ‘피트(feet)’는 사람의 발뒤꿈치에서부터 엄지발가락 끝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또 18세기 프랑스의 ‘코뮌(Commune)’이라는 행정구역의 기준은 사람이 하루 동안 걸어서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발은 30대 이후부터 발바닥의 살과 지방이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하며, 40대부터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발목의 인대 등이 끊어지는 부상이 많이 발생한다. 또 60대 이상을 기준으로 오직 3% 만이 정상적인 발의 모양을 유지한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발, 이제부터라도 발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재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금강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