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의 짧지만 강렬한 명언이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그녀는 12년간 영국 총리로 지내며 강력한 영국의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녀를 무너뜨린 질병이 있었으니, 바로 뇌졸중과 치매가 그 주인공이다. 철의 여인을 사망케 한 뇌졸중과 치매, 이 둘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뇌졸중이 오면 반드시 치매가 오는 것일까. 한호성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소장의 도움으로 두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본다.
◇혈관 종류에 따라 치매 증상 나타나기도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발생되는 질병이다. 즉 뇌의 어떤 혈관에 문제가 있는 지에 따라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한쪽 팔다리의 마비가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인지 기능과 관련된 부위의 혈관에 뇌졸중이 발생되면 갑작스런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치매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 치매'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치매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뇌의 위축이 진행됨에 따라 증상이 서서히 악화된다.
두 번째로 흔한 것은 한국인에게 비교적 많이 발생되는 혈관성 치매로 전체 치매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문제 때문에 인지 기능이 손상되는 것을 말하는데, 알츠하이머 치매에 비해 증상이 단계적으로 나타나거나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인지 기능 손상 이외에도 다른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나타날 수 있다. 마가렛 대처가 앓았던 치매가 바로 이 혈관성 치매다.
◇뇌졸중 이후 발생 위험 3배 높아
혈관성 치매의 종류에는 단 한 번의 뇌경색으로 갑자기 인지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전략뇌경색치매', 여러 번의 뇌경색으로 단계적인 인지기능의 장애를 일으키는 '다발경색치매', 뇌졸중은 아니지만 작은 뇌혈관의 문제로 뇌 피질 밑 부위가 손상돼 증상을 일으키는 '피질하혈관치매', 염색체의 돌연변이로 발생되는 '유전형혈관치매', 알츠하이머치매와 병행해서 발생되는 '혼합형 혈관성치매' 등이 있다.
혈관성 치매의 진단을 위해서는 증상의 양상과 인지기능의 이상 소견, 뇌혈관 질환의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신경심리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SNSB) 등의 검사를 통해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MRI 등으로 뇌혈관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혈관성 치매는 원인이 되는 뇌혈관 질환의 위치나 그 침범 정도에 따라 증상의 종류나 정도, 발생 시기 등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정신행동학적 증상으로는 시공간 능력 파악 저하, 인지기능 저하, 기억력 감퇴, 언어능력 저하,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경학적 증상으로는 감각의 저하 및 소실, 시야장애, 연하곤란, 안면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나타난 후에 발병 위험도가 3배 가량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졸중의 발병 위험인자의 조절이 중요하다.
◇뇌졸중 예방, 혈관성 치매 예방하는 길
혈관성 치매의 예방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급성기 뇌졸중의 적절한 치료를 통해 신경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 제재로 뇌졸중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뇌졸중 위험인자의 철저한 조절을 통해 신경세포 손상의 진행을 막거나 최소화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혈관성 치매의 증상을 개선하는 것과 질병 진행 속도 완화를 위한 콜린분해효소 억제제 사용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서도 뇌졸중과 혈관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미국뇌졸중 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뇌졸중 예방 권고안에 따르면 뇌졸중의 위험인자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음주, 비만, 운동부족, 스트레스, 부적절한 식이 등의 10가지 위험인자가 있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뇌졸중 위함도가 약 2.6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체 비만 지수가 1㎏/m2 증가하면 뇌경색의 위험도가 약 11% 증가하게 된다. 음주의 경우 하루 1-2잔 정도의 가벼운 정도로 하는 것이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분명히 위험성을 높이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뚜렷한 예방법이 마땅치 않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달리 혈관성 치매는 명백한 위험인자와 예방법이 있다. 또한 뇌졸중과 혈관성 치매는 분명한 인과 관계가 있어 뇌졸중의 예방이 곧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인식하고, 뇌혈관 검진을 통해 뇌졸중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향후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