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의 약 70∼80%가 1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할 만큼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처럼 흔하게 발생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진통제를 먹으며 참아보는 게 일반적이다.
통계상 전체 두통 환자 중 뇌졸중 환자는 매우 드물지만, 거꾸로 뇌졸중 환자 중에는 뇌졸중 발생 당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18∼32% 정도나 된다. 이는 일반적인 두통과는 다른 차이를 보인다. 즉 어떤 종류의 두통이 뇌졸중으로 인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면 빠른 치료는 물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되는 두통과 뇌졸중과 연관된 두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이형석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지주막하 출혈에 의한 두통
뇌졸중과 연관된 두통은 다양하다. 그중 특히 위험한 두통이 있는데, 바로 지주막하 출혈에 의한 두통이다. 이는 50% 이상의 사망률을 보이며 생존자 중 50%는 장애가 남는다. 갑자기 혈압이 올라간 경우나 격렬한 운동 직후, 벼락이 치는 듯한 두통 또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두통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잠깐 의식을 잃을 수도 있으며, 출혈의 양이 많으면 의식이 점차 나빠져 혼수상태가 되지만 적은 경우는 두통 말고는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다른 증상 없이 두통만 있는 경우는 10% 정도이며, 심지어 동맥류 파열 전 경미한 형태의 예고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5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자칫 일차두통으로 오인돼 위험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예고 두통은 피가 조금 새는 경우 발생하는데, 이 경우 후에 재출혈(파열)의 빈도가 많이 올라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단 파열이 되면 후유증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이 경미할 때 조치를 받아야 한다.
◆치명적인 뇌정맥 혈전증
빈도는 적지만 치명적인 질환으로 꼽히는 것은 뇌정맥 혈전증이다. 말하자면 뇌에서 나가는 혈액의 흐름이 막히는 병인데, 대부분 혈액응고장애가 있는 경우 발생한다. 즉, 암이 있거나 감염증이 있을 때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거나, 유전적인 이유, 약물(호르몬제), 임신 등과 연관돼 발생한다.
두통은 90% 이상에서 나타나며 10%에선 다른 증상 없이 두통만 있다. 대부분 갑작스럽기보다는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배에 힘을 주거나 누워있으면 정맥 순환이 더 어려워져 두통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마비나 발음 이상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으며 경련도 자주 동반된다. 치료가 늦어지면 출혈을 동반하는 뇌경색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에 빠른 진단 하에 항응고약물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다.
최근엔 ‘가역적 뇌혈관수축증후군(RCVS)’이란 질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원인은 염증과 종양, 코막힘에 쓰이는 혈관수축제나 우울증 등의 약물 등 다양하지만 이러한 자극으로 뇌혈관이 수축하는 질환이다.
대개 3개월 정도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지만 그동안에 두통이 동반되는데, 이때 두통은 벼락두통의 양상을 띄며, 43%의 환자는 경도의 마비와 경련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뇌혈관촬영을 해야 진단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쓰고 지켜볼 수도 있다.
◆전조 있는 편두통
일반적으로 동맥경화 등에 의해 발생하는 뇌경색도 20% 정도는 발생 당시 두통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염증성 물질들로 인한 자극, 막힌 곳을 돌아가는 혈관의 자가 확장 등으로 두통이 생긴다. 우측 뇌 또는 소뇌에 발생하거나, 편두통이 있었던 경우, 여성, 젊은 사람일수록 두통의 빈도가 더 높다.
물론 뇌경색은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므로 마비 등이 나타나지만 시야를 담당하는 우측 후두엽이 손상될 경우 눈이 침침한 듯 하는 정도의 증상만 있거나 이 증상조차 무시해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갑자기 발생한 두통이 있으면서 한쪽 편의 시야가 떨어진다면 반드시 이 부위의 뇌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더불어 편두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편두통은 뇌혈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주로 한쪽 또는 양측이 아프고 욱신거리거나 박동성이 있는 두통이 특징이다. 한번 시작하면 4시간에서 72시간 정도 지속된다. 구역과 구토가 흔하며 눈앞이 뿌옇게 되거나 번쩍이는 선이 보인다든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든지 등의 전조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전조가 있는 편두통의 경우 뇌졸중의 위험도는 2배, 여성의 경우는 3배 이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45세 이하면서 흡연을 하고 피임약을 먹은 여성 편두통 환자라면 위험도도 더욱 급격히 올라간다.
편두통의 경우 혈관 수축제를 복용하는 것이 두통에는 가장 효과적인데, 이런 전조가 있는 편두통의 경우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이에 편두통 약을 무턱대고 먹기보다는 상담을 통해 적당한 약을 선택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미리 예방약을 먹어 관리하는 것이 좋다.
금강일보